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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는 것 같아?···“조바심을 덜어내고 뚜벅뚜벅 걸어가 봐”

[‘아무렴 어때’ 고민상담소]<11>

■ 이제경 '할머니체조대회' 작가

보이지 않아도 희망 없지 않아


2023년 계묘년을 맞아 라이프점프와 의 이제경 작가이자 문화온도씨도씨의 대표가 ‘아무렴 어때’ 고민 상담소를 운영합니다. 고민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할 수 있는 생활 속 소소한 고민에 대해 속 할머니들의 지혜로 정성껏 답해드립니다.

이미지=최정문


Q. “얼른 성장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가득한데 천천히 해내면 되겠지 싶다가도 자꾸 조바심이 나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아스마예요

그랬군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갈등은 늘 따라다니지요.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훅 지나가 버릴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우리 집은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그 위의 할머니 때부터 하늘 아래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 모로칸 러그를 짜왔어요. 여자들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나는 어려서부터 러그를 짜는 일보다 러그 짜는 기계를 고치는 일에 재주가 있었어요. 러그의 다양한 패턴을 상상하는 일이 재미있었죠.

18살이 되고 내 친구들은 다들 훌륭한 솜씨로 러그를 짜는데 나는 미숙하기만 하고, 한자리에 앉아 작업하는 게 어렵기만 했어요.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러그 짜는 솜씨가 좋아야 좋은 곳에 시집가는데 걱정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요. 불안하고 슬펐어요.

시간이 흘러 내 친구들과 그녀의 딸들 모두 여전히 모로칸 러그를 짜고 있어요. 나는 무슨 일을 하냐고요? 내 친구들이 만든 모로칸 러그를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도시로 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 거죠. 지금은 나이가 들어 현장에서 일하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어요.

마을에서 베틀에 앉아 있던 때는 ‘꿈’이나 ‘희망’이라는 건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믿고 뚜벅뚜벅 걸어갔던 것 같아요. 내 삶은 내가 잘 가꾸고 싶었거든요.

당신을 믿어보세요. 나도 응원할게요. 당신의 더디지만 뚜벅뚜벅 걷는 길을.

추신) 미우 작가의 그림책 '걱정이야아아'를 읽어보길 바래요. 걱정이나 불안 대신 당신 삶에 채워야 할 것들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 같아요.

2023년 6월 모로코에서 아스마가

/이제경 작가
이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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