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모터, 붐, 그립 이상 무! 첫 비행 아주 잘하셨습니다.”
지난 15일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학교 바이오메디캠퍼스에서 미래융합교육원 드론조종과정 교육을 받는 홍영욱(64) 대표를 만났다. 일성신약 광고팀, 제일기획 홍보팀과 기획팀을 거쳐 2003년 광고대행사 ㈜퀸벨애드를 창업한 홍 대표는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 중이다. 도전의 대상은 ‘드론 비행’이다.
“배운다는 건 늘 좋아요. 배울 자세를 가지고 살다 보면 이런저런 기회가 많다고 느껴요. 이번 드론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국문과를 졸업해 일평생을 광고업계에 몸 담아온 홍 대표는 드론 교육도 배움의 과정에서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교육을 이수하다 만난 모 대학 미래학자 A교수의 초청으로 동국대에서 챗 GPT 강의를 들었다. 배움에 목적이 있었기보다는 일종의 호기심이었다.
신기술 교육에 매료된 그는 동국대와의 인연으로 ‘중장년 리스타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민대학 대학연계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돼 왔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드론 조종에 눈길이 갔다. 요즘 산업 트렌드라는 기계를 다뤄보고 자격증도 받을 수 있어 바로 신청서를 썼다.
“정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종이 엄청 집중되네! 세게 하면 안 되고 아기 다루듯이 살살 움직여야 될 것 같아요.” 홍 대표는 동국대 드론조종과정에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비행을 마치며 “드론 교육이 구성도 좋고 실습 장비도 다 준비돼 있어서 참 좋은 기획이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한 친구의 논밭에 드론을 날려 농약을 뿌려줄까 싶다.
홍 대표는 이번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 뉴미디어, 노후설계 교육도 수강한 바 있다. ‘재미있어 보여서’다. 이러한 경험들을 활용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기보단 자신의 사업체를 유지하는 선에서 ‘N잡’ 개념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그동안의 인생 경험을 녹인 글도 쓸 계획이다. 대학 시절 글솜씨가 뛰어났던 그의 현재 목표는 10년 후 교보문고에서 ‘사인회’ 하기다.
“대학 때 신촌의 ‘다락방’이라는 문학회 활동을 했거든요. 거기서 소설분과위원장을 맡아 김동리, 최인훈 등의 훌륭한 문인들에게 칭찬도 받고 수상도 했죠. 그때 꿈을 되살려서 시, 소설, 수필 쓰면서 좋은 글을 남기고 싶어요. 블로그나 브런치에 업로드도 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저자 사인회도 하고요.”
그는 여전히 욕심이 많다. “우여곡절, 흥망성쇠 이런 게 지나고 보면 참 한 순간이거든요. 젊어서 회사 다닐 땐 최우수 사원상도 많이 받고 내 회사도 차리고 열심히 살았지만 배우고 싶은 순간마다 생업 전선에서 쉽지가 않은 거예요. 그렇게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요. 이제부터는 시간을 쪼개서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가족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집사람이 드론 배워서 뭐하냐면서도 배우고 공부하는 열정이 보기 좋다고,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해줬어요.” 그는 배우자와 함께 치매 돌봄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이다. 초기 치매를 앓는 장모님을 위해서다.
내년에는 ‘하트시그널’의 젊은이들처럼 배우자와 드라이브도 가고 싶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집사람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목표예요.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광경을 계속 보고 싶어요. 여유가 생기면 이탈리아, 중남미,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차 타고 달려도 보고 싶고 자연과 공감하며 살면 더 재밌는 삶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우연이 인연이 돼 배움을 얻고 이것이 다시 인연이 된다”며 “동국대 ‘중장년 리스타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보면 다 좋으신 분들이 많아요. 좋은 콘텐츠 곁엔 훌륭한 사람들도 많고 이 분들의 열정, 에너지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돼요.”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은퇴 후 삶을 위한 저마다의 준비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동국대는 서울시민대학 대학연계사업으로 지난 7월 중장년의 진로설정과 경력전환을 위한 ‘중장년 리스타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현재까지 총 72명의 중장년 수강생들이 드론 조종자격 취득·항공촬영, 뉴미디어 실무, 중장년 생애진로설계 등의 강좌에 참여해 인생 2막에 대한 꿈을 키웠다.
-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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