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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끊임 없는 탐구와 도전이 이끄는 인생 2막

■ 책 출간하고 숲해설가 활동하는 김건숙 씨

블로그 쓰다 작가 데뷔…뒷산 오르다 숲해설가 자격 취득

50세 이후 ‘인생 2막’ 고민…새 전환점 찾아 삶을 확장

“남은 시간 없다 불평 말고 적극 도전해 원하는 삶 살길”

라이프점프와 인터뷰중인 김건숙 씨. 이채은 기자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평생의 숙제다. 특히 은퇴 후엔 좋아하는 일이 명확하지 않아 새로운 시작이 어렵고, 무엇보다 시작할 원동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여기 좋아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삶을 확장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김건숙(59) 씨다.

김 씨는 어릴 적부터 책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때는 혼자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책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했고, 40대 후반까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논술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6년, 50세를 맞이하며 김 씨는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인생 후반전에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논술 강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어주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어요.”


50세 이후 책과 함께하는 인생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당장 책을 출판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날마다 책을 한 권씩 읽고,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는 독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루 네다섯 시간 남짓 잘 정도로 블로그에 열중하다 보니 ‘파워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그에게 작가로 데뷔할 기회가 찾아왔다. 특강을 통해 알게 된 출판사에서 장학생을 뽑는다는 공지를 접한 것. 8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장학생으로 선정돼 책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 결국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2017년부터 2년에 한 권 꼴로 총 4권의 책을 냈다.

작가 데뷔 후 8년간 출판된 김건숙 씨의 저서 4권. 이채은 기자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용기와 위안을 줘요.”


그의 두 번째 저서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는 그림책을 읽으며 얻은 교훈을 담은 에세이다. 김 씨는 그림책의 단순한 줄거리가 깊은 교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2019년 이 책을 내고 다양한 북토크를 통해 그림책에 담긴 교훈과 가치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2월부터 그는 ‘그림책 100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필사 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인상적인 부분을 필사하다 보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그는 필사 모임이 있는 날마다 직접 그림책을 큐레이팅해 참여자들과 이야기하며 인생의 교훈을 찾았다. 온·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이 모임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림책 100 프로젝트’를 하며 수강생들에게 공유한 김건숙 씨의 필사 노트. 이채은 기자

숲해설가로서 새로운 도전


숲과 관련된 책, 각종 열매와 씨앗으로 찬 김건숙 씨의 작업실 책장. 이채은 기자


김 씨의 관심은 자연으로도 뻗어나갔다. 작가로 데뷔한 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뒷산에 오르다 보니 숲과 나무에 관심이 생겼다. 그림책만큼 숲이 주는 교훈도 많다고 생각한 그는 6개월간 숲해설가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2023년 자격증을 취득했다.

“숲에는 공부할 게 너무 많고, 특히 실제로 가서 배우는 게 무궁무진해요.”

김 씨의 작업실 한 켠은 숲과 관련된 도서, 숲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숲에 관한 깊은 공부를 시작했다. 책장 하나를 숲과 관련된 책으로 채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솔방울, 각종 열매와 씨앗도 유리병에 곱게 보관했다.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국립 수목원에서 봉사직 숲해설가로 활동하거나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숲 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씨는 프리랜서 형태의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싶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하게 책과 숲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숲해설가로서의 인생이었다.

김 씨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글을 쓰던 경험, 필사 모임 경험을 활용해 숲 해설을 할 때도 그림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오산 물향기 수목원에서도 예약자가 누군지 미리 보고 그들에게 맞는 숲과 관련된 책을 선정해 읽어줬다. 가령 중년 단체 예약이라면 이들이 관심 있을 만한 ‘힐링’을 테마로 책 읽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오산 물향기 수목원에서 숲 해설중인 김건숙 씨. 김건숙씨 제공.

“삶을 계속 확장하고 싶어요”


김 씨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삶을 확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라 말했다.

특히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어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기자
sub001408@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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