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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돕다가 찾게 된 평생 직업, "전국 명소가 나의 일터죠"

軍 제대후 가업 돕다 여행 매력 푹 빠져…1년에 8만㎞ 주행, 전국 숨은 명소 찾아내
국내 최초 전국일주 여행상품 출시…여행사의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자가용’

  •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 2020-12-15 15:35:22

여행 업계에 올해는 악몽과도 같은 한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한 가운데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 무급 휴직을 결정했다. 2~3위인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무급 휴직에 지방 사무소까지 폐쇄했다. 여행 선진국이라는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는 178년 역사를 자랑해온 영국 여행사 토머스쿡의 폐업 선언이 전 세계 여행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한 소규모 여행사가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팔도유람 24박25일’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475만 원짜리 국내 여행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일 뿐이다’ ‘예약자가 있겠느냐’는 등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소규모로 기획된 이 상품은 예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대기자까지 생겨나고 상품 마감으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이프점프는 코로나 시대에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 업계에서 대반전을 이뤄낸 승우여행사의 이원근 대표를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행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가업 돕다가 찾게 된 평생 직업, '전국 명소가 나의 일터죠'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회사 소개부터 부탁 드린다.


“승우여행사는 지난 1997년 아버지가 창립한 국내 전문 여행사다. 규모는 작지만 20년 넘게 전국의 다양한 관광지를 발굴해 자체 개발한 상품만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아버지와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군 제대 후 복학하기까지 잠깐 일을 도와드린다는 게 여행에 푹 빠져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23년이 흘렀다.”



-뻔한 질문이지만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겠다.


“사업에 매진한 ‘덕(?)’에 대학 졸업은 못했지만 전국 명산이란 명산은 모두 등반했다. 뭐, 국내에서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한다. (하하) 이제는 누구나 아는 지역 명소가 된 ‘서해 해돋이 왜목마을’이나 ‘화천 비수구미마을’ ‘백천동 계곡’ ‘야생화 천국, 인제 곰배령’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등이 내가 처음 발굴한 여행지들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서해의 해돋이 명소인 왜목마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해안이 동쪽을 향해 돌출되고 인근 남양만과 아산만이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일출 구경이 가능한 곳이다. 상품을 만들고 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동쪽에서 해가 떠 서쪽에서 지는 것은 상식인데 말이 되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왜목마을에 숙박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는 당진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가업 돕다가 찾게 된 평생 직업, '전국 명소가 나의 일터죠'


-필살기라고 할까, 여행상품 개발에 있어서 본인만의 무기가 무엇인가.


“자칭타칭 전문산악인, 여행작가로 업계에서 인정 받고 있다. 나름 차별된 경쟁력이라면 나는 지도나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길을 5만분의 1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지를 발굴해왔다. 평생 지도 한 장 들고 전국을 유람하던 아버지에게 배운 그대로지. 가이드로 일하는 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지 답사를 다니며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 내 차의 1년 누적 주행거리가 약 8만㎞ 정도다.”



-최근에 ‘팔도유람 24박25일’이란 상품을 내놨는데.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 일주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서수남과 하청일이 부른 ‘팔도유람’ 노래 가사를 참고해 전국 구석구석을 유람하는 일정을 짰다. 서울에서 출발해 팔도를 S자로 두 번 도는 코스다. 해외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유럽 배낭 여행자들과 산티아고 순례객 등의 수요를 끌어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린 직후부터 문의가 쏟아졌다. e메일로 ‘전국 일주가 평생소원’이라는 고객부터 ‘제가 못 가더라도 여행을 꼭 성사시켜달라’는 응원 메시지도 들어왔다. 11월 1일 처음으로 팔도유람에 나선 여행객들은 25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돌파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국내 여행시장은 그 전에도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여행 상품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국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수명이 채 1년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 상품에는 특허권이 없어 상품을 내놓으면 곧바로 유사 상품이 나온다. 여행 상품 개발에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상품화되면 ‘내 것’이라는 개념이 없다. 1년만 지나면 일반인들도 개별적으로 찾는 관광지가 된다.


여행사업자들이 치열하게 상품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여기서 질문 하나, 당신은 여행사에 가장 큰 적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적이라.. 다른 여행사?


“아니다. 여행사의 최대 적은 자가용이다. 누구나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을 여행사를 이용해 갈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여행사를 이용할 만한 상품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여행 시간과 방향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내여행의 길은 지방 소도시에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코로나19 이후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 대신 사람이 적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여행사들이 이런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내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된 여행사의 입장에서 코로나19는 국내 여행 붐이 일던 1980~1990년대 이후 30년 만에 찾아온 기회가 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의 본질을 지켜가는 여행사만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한다. 내국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여행사라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만족시킬 수 없다. 손님 한 명, 한 명을 수익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만족을 위해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노력해온 작은 여행사들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 승자가 되지 않을까.”




가업 돕다가 찾게 된 평생 직업, '전국 명소가 나의 일터죠'


-끝으로 코로나19 이후 여행산업 전망을 해달라.


“그동안 인트라 바운드 시장은 여행객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도시락을 제공하고 당일로 인기 관광지를 다녀오는 저가 상품이 거의 다였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여행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내국인을 위한 국내 여행 시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여행 상품은 ‘돈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성수기 해외여행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만 인식됐고 홍보를 위해 박리다매 방식으로 판매해왔다. 지금도 해외여행이 재개되기까지 내국인 시장이라도 잡아보겠다고 많은 여행사가 국내 여행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대부분 실패하는데 국내 여행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단순히 여행지만 둘러보고 오는 식이라면 누구나 차로 갈 수 있는 곳에 굳이 돈을 주고 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가다. 상품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여행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대신 국내여행 시장은 더 커질 것 같다.


기존의 국내 여행이 당일치기나 1박 2일의 비교적 짧은 여행이었다면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여행에서도 무박보다는 숙박 여행, 장박(장기 숙박) 여행이 활성화되는 추세인데 코로나19 안정화의 신호인 해외여행 재개에 맞춰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국내 여행 상품을 내놓겠다.“



/최성욱 기자 secret@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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