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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볼일> 우승자 윤영주, “내 나이가 어때서~”

라이프점프 창간 1주년 특집호 <정신 건강 편>…윤영주 시니어모델 대회 우승자

50대 후배 응원 받을 때 가장 신나

젊게 사는 비결?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

윤영주 시니어모델은 TV프로그램 '오래 살고 볼일'에서 쟁쟁한 5060 경쟁자를 체지고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사진=정혜선


원로가수 나훈아는 지난해 추석 라이브콘서트를 2시간 동안 진행해 우리 내 안방을 달궜다. 그의 나이 올해 74세. 적지 않은 나이에 두 시간 동안 라이브콘서트를 할 수 있었던 그의 열정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라이프점프와 상상우리, 임팩트피플스가 공동 기획한 8차례의 설문조사 중 <신중년의 열정과 도전이야기> 편에 응답해준 300명의 50대 이상 응답자들도 열정과 도전에 관심이 많았다.

응답자의 59%는 현재 열정적으로 임하는 활동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주로 일(25.6%)과 운동(25%), 취미(22.2%), 학업(15.6%) 등에서 열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활동에서 열정을 갖게 된 동기가 노후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추구(33.3%)’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이밖에 자기실현(31.1%), 건강(26.7%), 호기심과 탐구심(21.7%)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중장년들이지만, 여전히 열정에 목말라 있다. 응답자 중 87%가 열정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것. 새로운 도전은 현재 하는 일이 아닌 새로운 취미(27%)와 학업(26.3%), 운동(23.4%) 등이 우선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살아온 날만큼 앞으로 살날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여생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답변이 49.7%로 가장 많았다. 도전을 꿈꾸는 중장년들에게 앞서 도전한 나훈아는 도전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원동력인 셈이다.

여기 중장년 도전의 아이콘이 되어줄 또 한 분이 있다. 가수 나훈아보다 한 살 어린 73세의 나이에 시니어모델로 이름을 알려 나가고 있는 모델 윤영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50대 중반에 미학공부를 시작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또 한 번 모델에 도전했다. 그야말로 꽃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열정’과 ‘도전’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중장년들은 자신의 일에 가장 큰 열정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 밖에 운동과 취미생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중장년들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자기실현과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윤영주라고 한다. 올해 73세가 됐다. 현재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웃음)."

- 나이를 먼저 말씀하셨다. 이유가 있나.

"모델로 활동하기 전에는 나이를 밝히는 게 싫었다. 나이를 말하면 내가 나이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 같아서다. 그런데 시니어모델이 된 후에는 당당하게 몇 살이라고 말한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 중 하나다."

- 얼마 전 출연한 TV프로그램 ‘오래살고 볼일’에서 최종 우승한 것을 축하드린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았는데 우승했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 그렇다.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5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는데, 무엇보다 그들을 제치고 70대인 내가 우승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통쾌하기까지 했다. 정말 프로그램 제목처럼 오래살고 볼일이지 않나."

- 우승자여서 그런 게 아니라 아우라가 남다르다. 오늘 며느님하고 같이 와 주셨는데, 같이 다니면 종종 친구로 오해받지는 않나.

" 굉장히 기분 좋은 질문이다. 친구라고 오해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그런지 그런 적은 별로 없다. 다만 둘이 닮았다는 소리는 많이 듣는다. 그래서 친정엄마로 오해를 많이 한다. 며느리하고 옷을 같이 입다 보니 스타일이 비슷한 데다 키나 생김새 등이 비슷해서 그런 듯하다."

- 70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세가 좋다. 따로 하시는 운동이나 체력관리 방법이 있나.

" 운동은 20대 이후 평생 해왔다. 한두 달 쉰 적은 있어도 1년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집에서 유튜브를 이용해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자세는 모델을 하기 위해 워킹 연습을 하면서 좋아졌다. 허리를 쭉 펴고 배에 힘을 주며 걷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워킹 연습 후 뱃살이 다 들어갔다."

- 모델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워킹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뒤늦게 미학 공부를 했는데, 박사학위를 위해 논문을 쓰면서 체력이 달리더라. 그때 평소 옷을 좋아하기도 하고, 옷을 입고 나갔을 때 주변 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적이 많아서 전직 모델인 며느리에게 조언을 구했다. 며느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거기에 힘입어 시작했다. 워킹 연습 후 모델 일을 본격적으로 한 건 2년 전부터다."

- 모델을 하기 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대를 다니다 4학년 때 결혼을 했다.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그때 당시 이대는 재학 중 결혼하면 제적을 당했다. 어린 마음에 몰래 하면 모르겠지 싶어 했는데 학교에 소문이 났다. 학과장이 불러서 이렇게 소문이 나면 안된다고 제적시키더라(웃음). 그렇게 대학교 졸업장 없이 스물두 살에 첫째, 스물다섯 살에 둘째를 낳아 키웠다. 남들보다 일찍 육아를 시작하다 보니 일찍 졸업했다.

우연한 계기로 리포터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에 나가 일을 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장뿐이었는데, 리포터는 대학교 졸업장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너무 즐겁게 일했다. 그러다 다시 쉬게 됐고, 50대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도 미학공부에 관심이 많았는데, 서울대학교에만 미학과가 있어 실력이 안돼 지원하지 못했다. 그때 해보지 못한 것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 대학교 졸업은 결국 어떻게 됐나.

"2003년 즈음인 것 같다. 이대에서 제적을 풀어줘서 남은 불어불문학 2학기 수업을 다 듣고 졸업했다. 졸업하는 데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졸업하고 미학 공부를 하기 위해 홍익대학교 미학대학원에 들어갔다. 미학과 학부는 여전히 서울대학교뿐인데 대학원은 홍익대학교에도 있더라. 평소 미학에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의문을 풀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대학원이라는 곳이 오히려 자극만주고 깊이 들어가지는 않더라. 그래서 박사과정까지 밟게 됐다."

중장년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이유는 여생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은 100세 시대라 남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게 중장년들의 생각이다.


- 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50대 중반에 미학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나하고 살면서 불만이 있었느냐”고 묻더라(웃음). 친구들도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했다. 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친구들은 취미생활로 하려나 보다 생각하며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저러다 말겠지 했던 거 같다. 그런데 며느리가 옆에서 큰 힘이 돼줬다. 힘이 들 때마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고 지지해줬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 며느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7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모델이라는 새로운 직접을 갖게 됐다. 사람 ‘윤영주’에게 ‘도전’이란 어떤 의미인가.

"살다 보면 꿈이 뭐였는지,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지 잊고 살게 된다. 젊었을 때 지닌 욕망도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단지 잊고 사는 거지 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일상이 매일 똑같은 것을 나는 싫어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주려 한다. 그 변화들이 모여 지금의 도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꿈이 있지만, 나이라는 물리적 제한으로 인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얼마 전 띠동갑 아래인 후배를 만났다. 이제 예순이 갓 넘은 후배는 살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하더라.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보내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표현하는 그 후배를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중년이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60살 정도 되면 배우고 싶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거다. 그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면 찾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시간은 가고 나이는 더 먹는다. 그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시부모, 남편, 자녀 등 주변 사람이 뭐라 해도 일단 저질러라. 그럼 뭐든 된다."

윤영주 시니어모델이 패션쇼 런웨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윤영주 제공


- 최근 중장년들이 시니어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분들에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팀을 알려준다면.

"시니어모델 아카데미가 많다. 모델에게 있어 워킹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요소이기 때문에 워킹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이 아카데미를 이용 안 할 수가 없다. 그 후에는 카메라 앞에 많이 서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셀카도 찍어보고, 자녀들에게 찍어달라고 해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봐라. 많이 찍어볼수록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워킹과 사진 찍기가 자연스러워졌다면 연기력도 필요하다. 배우처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음악에 따라 그 기분을 표현하면서 워킹을 해야 한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않게 느낌을 살려서 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 중년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이 주름인 거 같다. 평소 화장을 잘 안 한다고 했는데, 피부 관리법이 따로 있나.

"나는 사실 피부마사지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하는 게 있다면 일주일에 2~3번 마스크팩을 하는 정도다."

- 마스크 팩만 한다고 하기에는 피부가 너무 좋다.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믿어 달라(웃음).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모든 생활이 규칙적이다. 그게 피부뿐 아니라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아침을 거른 적이 없으며, 세끼를 비슷한 시간대에 먹는다. 저녁에 세안하는 시간도 일정한 시간에 한다. 화장품을 바를 때도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순서를 지켜서 바른다. 규칙적인 삶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한 화장품을 듬뿍듬뿍 바른다(웃음).

-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적극적이다. 본인만의 세계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큰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냥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살았다. 또한, 늘 나의 분수를 지키려 했다. 내 능력과 내 상황에 맞춰 나아지려고 애쓰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늘 실현 가능한 이상을 가지려고 했다."

- 그런 생각이 자녀 교육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늘 분수를 지키라고 말했었다(웃음). 그래서인지 다행히 각자의 자리에서 분수를 지키며 잘살고 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오래 살고 볼일’이 끝나면서 SNS 팔로우 수가 늘었다. 댓글을 일일이 읽는 편인데, 50대 초반인데 70대에도 도전하는 모습에 힘이 난다는 댓글을 보면 신이 난다. 가장 큰 칭찬인 듯하다.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느냐고 묻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방법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차근차근 진행해보려 한다. 미학 공부가 헛되지 않도록 같이 접목시켜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혜선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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