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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병 앓는 우리 사회···필요한 건 공감"

'심리상담가' 박상미 힐링캠퍼스 더공감 학장

자기 감정 표현에 서툰 4050 男

이 시대의 가장 외로운 슈퍼맨들

그저 "힘들겠구나" 한마디면 돼

오전 20분씩 햇빛 받으며 걸으면

약 처방 없이도 만성피로 치료돼

박상미 힐링캠퍼스더공감 학원장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들에게 SOS 신호를 보냅니다. ‘나 너무 힘들다’고. 이들을 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힘들겠구나’ ‘배고프겠구나’ 이런 말들이면 충분합니다. ‘~구나’라는 한마디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마음 치유 전문가’ 박상미(사진) 힐링캠퍼스 더공감 학장은 6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학장은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 심리 치료 연구소 ‘더공감마음학교’ 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대표 심리상담가 중 한 명이다. 전국 5만 7000여 명의 교도소 제소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저술하기도 했다.

박 학장은 한국 사회를 ‘힘들어하는 사회’로 규정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나 대학생도, 직장인도, 심지어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힘들다는 하소연이 넘친다.

그는 이를 ‘극한 경쟁의 결과’로 설명한다. “한국처럼 경쟁이 심한 곳을 찾기 힘듭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애를 써야 합니다. 12년을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도 정작 졸업을 하고 나면 취직할 자리를 찾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모든 연령대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하는 대상이 있다. 40~50대 남성들이다. 여성들은 힘들면 수다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자란 40대 이상 남성들은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더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박 학장의 판단이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3~4배 이상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중장년층은 힘들다는 표현을 할 기회도 없고 그런 말은 한 적도 없이 살아왔다”며 “이 시대의 아빠들이야말로 가장 외로운 슈퍼맨들”이라고 평가했다.

박 학장은 이런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공감’이라고 역설한다.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이러한 표현을 매우 어색하고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너무 힘들어’라고 호소할 때 ‘나도 힘들어’ ‘뭐 그런 것 가지고 힘들어 하나. 나 때는 더 했어’라며 핀잔을 주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학장은 “공감이란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냥 ‘힘들겠구나’라고 말하거나 손을 잡아주며 ‘밥 사줄까’ ‘자고 갈래’라면서 한마디 건네는 것이야말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힘들다고 무조건 타인에게 의존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박 학장이 제시하는 해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려면 몸부터 건강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기’.

“음이온이 많이 나오는 오전 10시 이전에 하루 20분씩 햇빛을 받으며 빠르게 걷는 게 좋습니다. 전두엽 좌측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보통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하지요. 이것만 잘 해도 약 처방 없이 만성피로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육체의 근육이 곧 마음의 근육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실내에서 대화를 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반면 걸으면서 대화를 하면 긍정적인 호르몬이 나와 상대적으로 서로의 간극을 좁히기 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빠랑 같이 나가서 좀 걸을까’ ‘우리 산책이나 같이해요’라는 한마디면 된다. 갈등 해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또 하나 필요한 게 있다. ‘나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이다. 박 학장은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타인과 나의 경계를 건강하게 설정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영국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보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내 경계를 넘어오지 말라’고 친절하게 요청하라고 가르친다. 반면 우리는 ‘그것을 꼭 말로 해야 아냐’고 한다”며 “말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도 내 마음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관계 교육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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