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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 이겨내고 베스트셀러 작가된 ‘최고민수’

■박민수 ‘아들아, 주식 공부 해야 한다’ 저자

어머니 '너는 뭘 잘하니' 질문에

투자 독학, 7년 만에 3천만→8억

갑자기 찾아온 '협심증'

아들에게 남길 쪽지가 책으로

직장인·저자·강사·방송 'N잡러'


“회사와 회사 밖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쓸모’라는 단어가 친숙합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더 치열하게 도전해야 나의 ‘쓸모’가 유지됩니다.”

50세에 5가지 직업으로 ‘프로N잡러’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샌드타이거샤크, 최고민수, 1타 강사 등으로 불리는 박민수(50·사진)씨다. 그는 24년 차 직장인이자 주식투자 책 저자, 주식투자 강사, 주식투자자, 방송인이다.

그는 쉼 없이 살아야 세상에 ‘쓸모 있음’을 증명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회사 일을 하고 퇴근 후 9시부터는 부캐(부캐릭터)용 업무를 본다. 주말 중 하루는 10시간을 투자해 책을 집필하는 등 고3 수험생처럼 생활한다. 지난 7일 라이프점프는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N잡러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박민수 씨를 만났다.

박민수 작가가 라이프점프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예지기자


지금의 그는 주식 전문가로 통하지만, 처음부터 ‘주식고수’였던 것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금융을 공부했고, 이론적 지식이 있으니 당연히 주식도 잘할 거라 자신하며 투자를 시작했지만 36살까지 장장 8년 동안 매번 투자금을 잃기만 했다.

“회사 일에 바빠 투자해두고도 무관심했죠. 돈 벌기에 대한 절실함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투자에 대한 내 생각이 없었습니다.” 20~30대의 그는 투자보다는 회사에 적응하기 바빴다. 선배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밤샘 야근을 하고, 회식 자리에도 빠지지 않았다. 몸을 혹사해 승진을 얻었다.

그런 그의 삶을 바꾼 건 던진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너는 뭘 잘하니.” 단순한 질문이지만 말문이 막혔다. 동기보다 승진은 빨랐지만, 마땅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날부터 재테크 서적을 1주일에 2~3권씩 읽어 나갔다. 뉴스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읽었다. 그 생활을 2~3년 지속하니 투자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회사 에이스로 탄탄대로일 듯한 인생에서 노후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어요. 회사생활이란 가파른 산에 올라가는 기차 같아요. 올라갈수록 길은 가팔라지고 중도 탈락자가 속출해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죠. 사람에게 충성하는 대신 인생을 받쳐 줄 든든한 ‘믿을맨’이 필요했습니다. 여의도 증권유관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주식에 관해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잃기만 하는 제게 말이죠. 내가 잘하는 것, 잘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다 ‘주식 투자’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독학으로 가치투자의 기본을 쌓고 약 7년 만에 종잣돈 3000만 원을 8억 원으로 불렸다. 직장에서도 투자자로서도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사건이 생긴다. 2018년 경련성 협심증으로 입원을 한 것.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의사가 ‘스트레스를 더 받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때 쌍둥이 아들이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쌍둥이 아들이 나 없이 어떻게 살아나갈까’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쌓아온 투자 방법을 아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퇴원 후, 주식투자 방법을 정리하는 일에 매달렸다. 한 달 간 3~4시간만 자며 적어 내려가니 1개월 만에 종이 뭉치 한 묶음이 완성됐다. 원고를 들고 구로의 작은 인쇄소를 찾았다. 사장님이 종이를 넘기더니 ‘이건 책 내야겠는데요’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그는 인쇄소 대신 출판사를 돌기 시작했다. 우연히 한 영세 출판사의 눈에 띄었다. 그렇게 첫 집필 책 ‘주식공부5일완성’이 2018년 세상에 나왔다.

박민수 작가가 최신 저서에 서명하고 있다./정예지기자


노력하니, 운도 따랐다. 2020년 한 유튜브 채널에 섭외됐는데, 방영 다음 날 유명 인터넷서점에서 그의 책이 경영경제서적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약 10만 권가량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운과 노력이 만나 47살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이후 책 집필에 푹 빠졌다. 최근에는 신간 ‘아들아, 주식 공부해야 한다’가 나왔다.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일을 해’라고 말하거나 ‘회사 나가면 할 게 없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몇 년 전까지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언가 한 우물을 파고 끝까지 하다 보면 길이 보이더라고요.” 부캐를 성공으로 만들기까지는 ‘내려놓음’도 한몫했다. 유튜브 영상 속 그의 ‘유쾌함’은 삶의 철학이자 업(業)에 대한 치열함이다.

“저는 실제로는 많이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합니다. 근데 방송에서는 한없이 망가지려 하죠. 대부분의 재테크 강사는 고급스럽고, 고상해 보이려 노력합니다. 저는 저를 주식계의 개그맨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름의 프로정신입니다. 웃음을 줘야 세상이 나를 찾고, 내 쓸모가 있는 거니까요. 원래 유쾌한 게 아니라 치열함이 유쾌함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걸으며 사색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무게 잡고 유식한 척하는 내숭보단 솔직한 망가짐이 더 좋다’며 많은 이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스스로를 더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질문 “너는 무얼 잘하니”에 대답할 거리가 없던 36세 청년은 14년 후 5가지 직업을 가져 ‘5개의 일을 잘 해내는’ 프로N잡러가 됐다. 그간 필명 ‘샌드타이거샤크’처럼 한번 문 기회는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히 살았다. 그는 이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한다. “너는 무얼 잘하니”라고 말이다.

박민수 작가가 주식 투자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정예지기자


정예지 기자
yej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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