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중심이던 삶을 벗어난 중장년들은 건강이나 재무, 여가, 관계와 같은 삶의 다른 주요 영역에도 관심을 두면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여러 가지 영역 중에서 어떤 영역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오늘은 평소 무관심할 수 있는 ‘관계’ 영역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중장년들의 경우에는 주된 일자리 퇴직과 장성한 자녀들의 분가, 부모의 사망, 부부간 사별 등의 이유로 관계상의 큰 변화를 겪는다. 100세 시대에 맞추어 건강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은 관계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몇 사람의 진실한 인간관계가 건강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질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의 인간관계를 한 번 정리해 볼 필요는 없을까? 소위 ‘관계에도 수명이 있다’는 전제하에 ‘관계수명’이라는 용어와 자신의 관계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관계바퀴’에 대해 알아보자.
도서 ‘관계정리가 힘이다’의 작가 윤선현 정리전문가는 책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연히 소멸하는 관계’와 ‘개인의 친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재정리되는 관계’ 두 가지를 소개한다. 이 두 관계에 ‘관계수명’이라는 용어를 적용하면 좋다. 중장년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기대수명이 엄청 늘어났다. 그렇기에 ‘관계수명’을 중시해야 하는데, 이는 관계의 확대보다는 관계 질의 향상을 전제로 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떤 이유로 관계가 멀어진 사람이 없는가? 이미 살아온 세월 속에서 그런 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같이하는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데, 정리된 관계들은 ‘관계수명’의 적용받았다고 보면 된다. ‘관계수명’ 때문에 정리된 관계는 새로이 맺게 되는 관계나 오랜 세월 유지된 다른 관계에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는데, 사실상 ‘관계집중’을 하면서 관계의 질을 높이게 된다.
‘관계수명’은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첫째,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중장년들은 ‘관계수명’을 4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린 시절과 교육받던 시절이 ‘관계 1기’에 해당하고, ‘관계 2기’는 대부분 주된 일자리로부터 퇴직하는 시기 이전의 관계에 해당하고, 이후 평균적으로 근로 생애를 마감하는 72세 전후까지가 ‘관계 3기’가 될 것이며, 마지막으로 은퇴한 이후는 ‘관계 4기’에 해당한다. ‘관계 3기’부터는 관계가 정리되면서 관계가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둘째, 기간에 따라 ‘관계수명’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눌 수 있다. 단기적 관계는 3년 이하의 관계로 역할이나 지위의 변화에 따라 만나게 되는 관계다. 중기적 관계는 대략 4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기간에 맺는 관계로 직업 속에서 맺게 되는 관계다. 장기적인 관계는 10년 이상 된 관계로 연령이나 관습이 비슷하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관계다.
셋째,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관계수명’은 일종의 정리 개념을 포함하지만 미래를 기약하는 정리로 보면 좋다. 예를 들어, 많은 관계 속에서 분산됐던 관점을 다소 좁혀서 집중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리를 통해서 좋은 관계를 더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의 ‘관계수명’의 정리, 유지 혹은 확장을 가늠해 보는 방법은 없을까? 아주 세밀하게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아래 제시된 워크시트(worksheet·표)를 통해서 나의 여러 가지 관계에 관해서 자각할 수 있다.
이 워크시트는 원의 중심축에 자신을 두고 관계대상인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 친구, 사회적 동료들을 바큇살로 규정한 것이다. 각각 관계를 0점에서부터 10점까지 점수를 측정해 보는 것이다. 점수가 높을 경우 관계가 친밀하며, 점수가 낮을 시 친밀하게 지내고 있지 않다는 전제 하에 현 상황을 점으로 표시한 이후에 각각을 연결해 전체 관계상황을 가늠해 본다.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바큇살은 지나치거나 다른 관계로 바꾸어서 측정할 수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무엇보다도 서로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줄 관계가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관계의 유지와 확장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큰 변화 시기에는 ‘관계수명’을 적용해 관계정리를 통해 새로운 관계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새로운 친밀한 관계로 채우는 지혜를 가져보자.
- 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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