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 결선이 한창이던 지난 1일, 대회장인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의 산천어파크골프장은 추위를 잊은 전국의 파크골퍼들로 북적였다. 총 1500명이 지난달 10일부터 예선을 치렀고, 결승 진출에 성공한 248명이 이날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파크골프는 채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단순화한 운동이다. 중장년 사이에 파크골프 붐이 일면서 이들을 유치하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화천군은 단연 독보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만난 최문순(사진) 화천군수는 "올해 파크골프를 위해 화천을 찾은 외지인이 약 20만명, 경제적 효과는 수십 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화천은 최근 2년 사이 파크골퍼들 사이에서 '파크골프의 성지'로 급부상한 지역이다. 최 군수는 건강을 위해 쳐 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지난 2021년 파크골프에 입문했다. 3시간 가량 18홀을 두 번 돌면 7000보를 걷게 되는 운동량, 비싸도 5000원인 이용료, 골프 못지 않은 재미에 최 군수 역시 단번에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파크골프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크고 경치도 좋은 파크골프장과 매머드급 전국 대회’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21년 7월 문을 연 산천어파크골프장과 지난해부터 개최된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 부부 파크골프대회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인구 2만4000명의 도시에 지난해 17만명, 올해(10월 기준)는 약 20만명의 외지인이 방문했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화천 지역의 파크골프장 방문객은 총 88만1057명, 이 중 외지인은 42만6239명(48%)에 달한다. 이 중 대다수는 지역에서 숙박하며 파크골프와 관광을 즐기고 식당·카페에 들른다. 파크골프 '원정 경기'를 위해 며칠씩 머무르며 골프장 지형을 익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연간 수십 억원대로 추정된다. 최 군수는 "40억원을 들여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후로는 관리에 필요한 인건비 정도만 지출하고 있다"며 "매우 가성비 높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화천군은 내년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두 곳을 더 준공할 예정이다. 총 2000채 규모로 임대아파트도 지을 계획이다. '파크골프 성지'에 아예 정착하려는 이들, 파크골프 투어를 위해 화천군 '한 달 살이', '두 달 살이'를 택하는 이들을 위한 주택이 필요해서다. 최 군수는 "파크골프가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최종적으로 지역소멸의 대안이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파크골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내년에는 화천군 파크골프 프로 선수팀 출범을 검토 중"이라면서 "프로 선수들이 파크골프 매너와 테크닉 교육도 하고, 화천군 유니폼을 입고 전국 대회에 출전해 화천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천군민들도 변했다. 최 군수는 "밭에서, 식당에서 일하던 분들도 파크골프를 치기 시작하고부터는 붓글씨, 드럼, 성악 같은 다른 취미생활도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문화 생활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출근 전과 퇴근 후 파크골프장을 돌며 군민들과 숱한 대화를 나눈다.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할머니들과 내기를 해서 제가 이기면 국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지면 대접해드린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 군수는 "중앙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건강 증진 차원에서 이러한 사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보험체계를 보강하고 병원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감소할 수 있도록 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의 기반을 튼튼히 하자는 이야기다.
- 화천=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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