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어려워 여행을 포기하곤 하시잖아요. 해외에는 이런 분들을 돕는 기업이 있더라고요. 여행 도우미(트래블 핼퍼)라는 직업도 존재하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성수동 포페런츠 본사에서 만난 장준표(29)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노인복지를 공부하던 장 대표는 여가를 즐기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할아버지 역시 누구보다 캠핑을 즐기던 ‘원조캠핑족’이었지만 몸이 쇠약해져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신 뒤론 여행을 다니시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사례는 외국에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런 애로사항을 사업적으로 접근해 효과를 본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장 대표는 국내에도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2022년 4월 포페런츠를 설립했다.
포페런츠는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돌봄 여행 서비스를 표방한다. 기존 여행사와 다른 점은 바로 ‘버디’의 존재다. 미국이나 일본의 여행 도우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이들은 시니어의 여행에 동행하면서 신체적, 정서적인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버디 1명이 최대 시니어 4명의 여행에 함께한다.
버디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또는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다. 채용할 때도 자기소개서부터 1대 1 현장실습을 거쳐 선발한다.
포페런츠는 시니어의 상태에 맞춰 여행 코스를 제안한다. 건강에 따라 휠체어를 제공하거나 ‘도어 투 도어’ 방식으로 시니어를 모시기도 한다. 같은 여행지라도 시니어의 컨디션에 맞춰 콘텐츠를 상·중·하로 나눠 구성한다. 식사는 치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음식으로 구성하고 무릎이 안 좋은 시니어가 많은 점을 감안해 좌식 식당은 무조건 피한다. 장 대표는 “주차장에서 방문지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라며 “어르신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꼼꼼한 사전답사를 거쳐 여행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여행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포페런츠를 통해 시니어의 사회참여 기회가 늘고, 공공의 역할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을 돕고, 사회관계망을 확대할수록 이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의 참여를 통해서도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장 대표는 “여행이다 보니 어르신들은 어느 곳을 가든 좋아하시고 자녀분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며 “참가자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97%가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창업 2년차인 2023년은 전년보다 10배 성장했다. 올해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2023년 매출의 절반을 넘겼다.
재이용률도 높다고 한다. 장 대표는 그 이유로 ‘신뢰’를 꼽았다. “포페런츠와 분기마다 여행을 다니시는 아버님이 한 분 계세요. 경도 인지장애가 있으신데 두 번째 여행 때 살펴보니 점점 치매가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자녀분들께 말씀드리고 다음 여행부터는 버디가 집에서부터 약을 챙기도록 했어요. 장기요양보험 판정 권유도 드려서 실제로 판정도 받으셨고요. 자녀분들은 잘 몰랐던 점까지 버디들이 확인하고 챙겨주니 신뢰가 쌓이고 재이용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장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5060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아너드(Honored)’ 서비스다. 장 대표는 “5060 부모 세대는 그동안 직장에 다니고 자녀를 돌보느라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기회가 적었지만 실제로는 지금의 청년들보다 더 활발하고 대학문화도 훨씬 생동감 있던 그야말로 ‘놀 줄 아는 분들’이다”라며 “요즘 트렌드에 맞는 여가 생활을 누리고픈 분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하는 여행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회원 간 교류를 통해 은퇴 이후에 찾아오는 상실감에 대비하고 새로운 문화를 전달하는 등 사회연결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페런츠의 슬로건은 ‘웰 에이징 라이프(Well-Aging Life)’이다. 고객의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최종 목표. 특히 장 대표는 ‘얼마나 오래’보다 ‘어떻게, 잘, 오래’ 살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시니어의 여행 빈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참여 빈도를 높이려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는 시니어와 젊은 세대가 서로 어울리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가고도 싶다”고 말했다.
-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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