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미남’으로 불린 프랑스의 대표 배우 알랭 들롱(사진)이 타계했다. 향년 88세.
18일(현지 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들롱의 자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버지가 나빠진 건강과 사투를 벌이다 사망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들롱의 반려견)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돼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그는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35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들롱은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신분 상승의 욕구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 역할로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태양은 가득히’는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미남에게 ‘한국의 알랭 들롱’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들롱은 1957년 ‘여자가 다가올 때’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50여 년간 평단과 대중의 환호 속에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 가운데 80여 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태양은 가득히’ 외 대표작으로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태양은 외로워(1962)’ ‘볼사리노(1970)’ ‘조로(1975)’ 등이 있다.
프랑스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들롱은 1991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또 1995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2019년에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은 “들롱은 배우 그 이상의 존재였다. 신화이자 아이콘”이라며 “그 같은 완벽한 우아함과 신비로움에 견줄 만한 얼굴은 없었다”고 극찬했다. 들롱은 1990년대 이후로는 스크린에서 거의 볼 수 없었으며 2017년 5월 영화계에서 은퇴했다.
그의 아들 앙토니는 2022년 한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들롱이 향후 건강이 더 나빠질 경우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들롱은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안락사가 가능한 스위스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들롱은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프랑스와 스위스 국적을 모두 가졌다. 뇌졸중 투병 당시 그는 프랑스 TV5몽드 인터뷰에서 “나는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프랑스가 아니라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안락사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들롱이 실제로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들롱이 생전에 안락사를 원했던 것은 전 부인인 나탈리 들롱의 사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1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나탈리는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들롱은 1964년 결혼해 1969년 이혼한 나탈리와의 사이에서 앙토니를 낳았고 1987년부터 2001년까지 연인으로 지낸 로살리 판브레이먼과의 사이에서 아누슈카, 알랭 파비앙을 얻었다. 그는 나탈리, 판브레이먼 등을 포함해 총 다섯 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그가 ‘마지막 연인’이라고 한 일본인 여성 히로미 롤린은 알랭 들롱의 입주 도우미로 22세 연하였다.
-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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