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잃은 창업
월급쟁이들이 퇴직한 뒤 한 번쯤 생각해 본다는 창업. 그중에서도 편의점, 치킨집, 베이커리, 커피집은 프랜차이즈 4대 업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사업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80만 명 가량이 20만 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종사 하고 있습니다. 이 중 편의점(19.8%, 4.1만 개), 한식(14.0%, 2.9만 개), 치킨(12.0%, 2.5만 개)이며, 이 상위 3업종이 전체의 45.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지난해 창업박람회 참가한 예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 희망 형태 조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신규창업이 48.5%, 프랜차이즈 인수창업이 13.4%로 창업에 있어서 프랜차이즈 선호도가 61.9%에 이릅니다. 즉, 두 통계를 조합해보면 사람들은 신규창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3 개의 업종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극심한 레드오션 업종에 창업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으며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인 치킨 창업으로 문제점을 파악해보겠습니다. KB에서 발간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치킨은 그 중에서도 5,70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프랜차이즈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킨 등을 비롯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서 시작하는 창업의 문제점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만큼 그만큼 쉽게 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치킨 창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2015년을 기점으로 년마다 창업한 업체보다 폐업한 업체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창업 시에 대다수의 창업준가들이 택한다는 이유로 치킨, 편의점 등의 업종을 택하거나 프랜차이즈 창업을 택한다면 과포화로 인하여 창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트렌드: 환경창업
대다수의 전문가는 창업에 있어서 깊은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이템이나 상권, 트렌드 등 여러 가지로 검토하여야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합니다. 특히 트렌드에 있어서 '환경' 관련 사업을 고려해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은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증가해왔습니다. 한국환경정책 연구원이 발간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014년 51.3%, 2015년 53.6%, 2016년 53.9%, 2017년 54.4%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친환경 경영을 필수로 지목할 정도로 친환경 제품은 소비자 트렌드 계의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김난도 교수의 책에 친환경 경영의 예시로 제시된 올버즈(Allbirds)는 운동화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래리 페이지 등 유명인들이 신으며 유명해졌습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금시에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로 평가 받으며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프라이탁(FREITAG)은 화물차의 방수천 등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여 가방 등을 제작하는 브랜드로, 가방 하나 당 3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유럽의 대표 가방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환경창업
위에 제시한 올비즈, 프라이탁 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기업가가 아닌 생계를 위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환경창업이 아득한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살펴보면, 올버즈의 핵심역량은 친환경 소재였고, 프라이탁은 재활용 소재였습니다. 여기서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인데, 소비 트렌드가 바뀌어서 환경도 돈이 된다는 것과 환경 관련 창업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막대한 자본의 투입 없이, 그동안 낭비되어온 자원들을 다시 활용하거나 포장 용기, 식기류 등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주어도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 받을 수 있습니다. 낭비되는 자원을 재활용한 업싸이클링의 대표적인 한국 업체로 '터치포굿'이 있습니다. 터치포굿은 환경제품을 재활용(리싸이클링) 및 교육하는 회사로 선거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작년 12월, 환경 분야 고용인력이 5년간 연평균 6.4% 증가해 전체 21개 업종 중 취업자 수 성장률 1위를 달성하였다고 전했습니다. 환경 경영 분야는 정부에서도 주시하며 지원하는 분야입니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건립한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정부의 지원금
이처럼 창업에서 환경과 발맞춘다면 단지 환경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부응한다는 점뿐 아니라 정부와 기관 등의 지원 함께한다는 점이 장점이 됩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019년 12월 5일 새활용 분야의 환경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지역별 업사이클 육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에서 업사이클 센터 건립, 업싸이클링 문화 확산 등 녹색산업의 창업환경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과 함께, 환경창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현금 지원 역시 정부 각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총상금 1,200만 원을 걸고 환경창업대전을 열었고, 경기도 역시 '지구를 지키는 창업'을 주제로 환경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활용 플라자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새활용 플라자는 2017년에 개관하여 업사이클에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소재은행과 이를 활용해볼 수 있는 작업장 및 관련 업체 공방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업싸이클 방식의 창업을 생각해보신다면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방문하여 업싸이클 제품들을 구경해보고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월 5,000여명 가량이 이곳에서 교육을 체험하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사실에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플라자 내부에 위치한 상점에는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업싸이클 제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직원분의 허락을 받아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사실들을 여쭤볼 수 있었습니다. 업싸이클, 새활용 제품을 직접 조립해볼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팔리는 제품군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점에 전시된 물품에는 우유곽을 활용해 만든 카드지갑, 플라스틱을 활용한 줄넘기, 버려진 배너로 만든 가방 등 직접 조립해볼 수 있거나 하나 밖에 없으면서도 미적으로 떨어지지 않은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환경 창업 관련 기업들은 점점 더 제품의 질을 개선하고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환경창업의 유의점
환경 분야 창업은 아무래도 생계형 창업자에게는 접근성이 높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업싸이클 전문 업체 등의 창업은 아무래도 수익률도 낮고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 등 생계형 창업자에게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사의 앞부분에서 소개해드린 기업들은 모두 큰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행하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생계형 창업자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환경창업에서의 요점은 환경에 대한 트렌드를 놓치면 안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거창한 리싸이클이 아니라 친환경 용기 사용, 플라스틱 억제 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면 여러부분에서 친환경창업을 가미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맛 저하에 대한 우려에도 플라스틱 빨대를 교체 하였고, 하이트 진로와 롯데주류의 페트병의 색은 녹색에서 분리수거가 용이한 투명색으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종이영수증을 없애고 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을 금지하였습니다. 대기업들도 앞장서서 친환경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에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기존 창업의 성공지표로 불렸던 것은 싼 가격, 높은 품질, 좋은 위치 등이었는데 이에 각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만15~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15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7%가 자신이 추구하는 소신과 가치에맞는 생활습관 변화를 시도한다고 답하였습니다. 몇년 뒤에 이들이 주 소비층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더 이상 시작하기 편하고 쉬운 창업 보단 여러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포괄하는 창업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김재훈 썸데이 기자단
-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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