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컨설턴트이자 라이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필자는 수많은 중장년과 만나왔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한 컨설팅 속에서 자주 마주하는 사실이 있다. 무언가는 해보고 싶지만, 생각만 많고, 실행은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많이(다, 多)’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 즉 ‘6다(6多)’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다시 시작하는 중장년, 다시 많이 해보자
젊은 시절, 졸업을 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때 우리는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이’ 해보고 배워나갔다. 이제는 퇴직, 전환, 혹은 예기치 않은 인생의 변화 앞에 다시 서게 되는 시기가 왔다.
이 시점의 중장년은 젊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힘들게 해야 할 일은 줄었지만 해보고 싶은 것은 오히려 늘어나고, 경험은 있지만 여전히 낯선 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럴 때일수록 많이 해보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중심에 바로 단순하고도 강력한 삶의 철학, ‘6다(6多)’가 있다.
6다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함 속에 진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자. 이 여섯 가지를 통해 삶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정체된 일상이 움직이고, 자신을 회복시키는 작은 동력이 될 수 있다. 핵심은 하나다. ‘실행이 답이다!’ 사실 우리가 두려운 삶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다. 아래 ‘6다’를 실행해, 지금 자신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찾아 나서 보자.
첫째, ‘다독(多讀)’이다. 남의 이야기 속에서 내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자기 상황과 겹치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책 속에는 앞서간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의 고민,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퇴직 후 시골로 내려간 55세 김농부(가명)는 고전 인문학 서적을 1년간 매일 읽으며 농부 철학 유튜버로 성장했다. 그는 삶의 많은 이야기를 농사에 비유해 풀어내는 콘텐츠로 구독자 5만 명을 넘어섰다.
둘째, ‘다작(多作)’이다. 생각은 써야 정리된다. 마음이 복잡할 땐 종이 위에 머릿속의 생각을 써 내려보자. 종이 위에 써보면 자기 생각이 정리되면서 방향도 잡을 수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함하는 생각을 종이 위에 많이 써보자. 혼란 속에서 어렴풋이 명확함이 떠오른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일하던 53세 유미인(가명)은 손 글씨로 쓴 에세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일 올리다 출판 제안을 받아 ‘하루 10줄 일기’라는 콘텐츠를 내놨다. 그는 독자들과 삶 속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감정을 나누며 제2의 삶을 잘 이어 나가고 있다.
셋째, ‘다문(多問)’이다. 질문은 멈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라이프 코치들이 질문을 도구로 삼는 이유는 명확하다. 질문은 스스로의 답을 발견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자주 물어보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공기업에서 희망퇴직한 58세 김유민(가명)은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6개월간 자서전을 집필했다. 그 과정에서 ‘질문노트’를 정리해 출간하고, ‘중년의 자문자답’이라는 온라인 클래스까지 만들어 많은 중장년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넷째, ‘다용(多用)’이다. 익숙해질수록 확장된다. 다수 중장년은 컴퓨터, 키오스크 앞에서 난감한 경우에 자주 처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어떠한가. 그런 삶의 편의 도구들은 처음에는 낯설지만 계속 써보면 자신만의 도구가 되고, 새로운 기회에 당당하게 도전하는 동기를 부여해줄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표유명(가명)은 키오스크도 잘 사용하지 못하던 자신을 바꾸기 위해 챗지피티와 노션을 3개월간 독학해 현재는 ‘디지털 문맹 탈출 코치’로 비대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다섯째, ‘다행(多行)’이다. 해봐야 길이 보인다. 누구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한 번에 그 목표에 도달한 경우는 없다. ‘빨리 실패하라!’는 말은 어떤 시도를 통해 배움과 자각을 얻으라는 말이다. 주변의 일자리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중장년 인턴제도도 그런 취지를 담고 있다. 유명 보험사 사내강사 출신인 64세 박노식(가명)은 정년퇴직 후 직접 학원 차량 운전, 보조교사, 공방 보조 등 4가지 일을 체험했다. 현재는 그 경험에 기초해 ‘중장년 직업탐색 리포터’로 유명 포털에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여섯째, ‘다사(多赦)’다. 용서는 다시 나아갈 힘이다. 우리는 촘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때론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할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타인과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회복의 첫걸음이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혼 후 홀로 살던 59세 김테레사(가명)는 용서편지 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면서, 자신과 가족을 용서했다. 그 이후 연락을 하지 않던 딸에게 손 편지를 보낸 이후에 6년 만에 재회했고, 지금은 손녀와의 일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생각은 멈추고, 실행은 흐른다. 결국 답은 움직이는 쪽에 있다. 6다를 통해서 몸과 마음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으면서 전환기의 새로운 삶에 안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