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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할 일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라이프점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10주년을 맞이하며_2편

김미정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법률지원팀장

매년 증가하는 불리한 처우 관련 상담 건수


2022년 임인년 흑호(黑虎)의 해,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1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해 <직장맘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3>으로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의 활동소개와 직장맘의 다양한 목소리, 일하는 여성의 삶을 기고를 통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미지=최정문


2021년 총 상담 건수 3,749건

총 상담 건수 중 불이익 처우에 관한 상담 42% 1,575건

지난 3월 영국의 주간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지수(Glass-celling Index)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중 꼴찌였고, 2013년 지수를 집계한 이래 단 한 번도 꼴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이겠지만, 한국여성고용률의 M-곡선 이야기는 늘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20대 여성 고용률이 70%까지 올라갔다가 30~40대에 50%대로 떨어지는 M-곡선의 주된 이유로 결혼, 출산, 양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는 보이지는 않는 M-곡선이 왜 한국에서 계속 나타나는 것일까요? 저출생 및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의 인구절벽 문제는 더이상 새로운 문제도, 외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M-곡선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앞두거나 육아를 걱정하는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은 현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친절은커녕 무시하고, 귀찮아하고, 처치 곤란한 그 무엇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지난 2021년 진행했던 상담과 관련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년 한 해, 센터는 총 3,749건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19년의 상담부터 비교를 해보면 여성노동자와 모·부성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총 상담 건수는 3,847건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은 총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 4,192건이었습니다. 2021년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3,749건입니다. 2019년보다 100여 건이나 줄었습니다. 상황이 좋아진 것일까요? 모두 상상하시겠지만 아닙니다.

센터는 상담내용에 따라서 구분하는 “불리한 처우”라는 분류항목이 있습니다. 이는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등 모·부성보호제도 관련 불리한 처우 상담과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 일반노동권 관련 불리한 처우 상담을 합해서 말합니다. “내가 이러 저러한 조건인데 육아휴직을 할 수 있나요?”, “가족돌봄휴가가 생겼다는데 적용대상자는 누구인가요?” 등의 상담과는 다른 것입니다.

불리한 처우 상담 건수를 보면 2019년에는 1,345건이었고, 2020년에는 1,646건이었습니다. 2021년에는 1,575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비율을 보겠습니다. 2019년에는 총 상담 중 34.96%, 2020년에는 39.26%, 2021년에는 42.01%를 나타냈습니다. 분리한 처우와 관련된 상담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얘기할 상담사례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설마?”, “아직도?”, “몇몇 이상한 곳에서 그러겠지?”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발표한 유리천정지수, M-곡선, 센터의 불리한 처우 상담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하면 결코 한쪽 귀퉁이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2022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 모·부성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흔한 일입니다.

베이비엑스포 출장 상담 모습/사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 상담 사례_ 출산휴가 2개월 전 해고 통보, 각종 서류에 서명 요구
- 출산전후휴가 신청서를 제출하자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라며 해고 통보에 서명하라 함.
-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전 무급휴직을 부여, 퇴직금을 무급휴직 직전까지만 산정해 지급, 출산전후휴가 기간 및 육아휴직기간 등에 대한 4대 보험료는 노동자가 전액 부담 등의 서약서(무보소고용유지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함.
- 회사에서 계속 무보수 고용유지 동의 여부에 관해 물어 오고, 추가적으로 퇴직금 지연 지급 동의서 에 서명을 요구함. 계속해서 각종 동의서 서명을 강요함.
- 내담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관련해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불안해 함.
- 경력단절을 막기 위하여 위와 같은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동의서에 동의해야 하는지 내담자는 계속 고민을 함.
-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함.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화해 권고를 함. 합의함.

# 상담 사례_ 유산 위험에도 출산전후휴가를 안 주려고 퇴사로 몰아가
- 유산의 위험 때문에 회사의 출산전후휴가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하고 무급 휴직함.
- 휴직 중에도 상급자와 연락하며 출산전후휴가 문의함.
- 막상 출산전후휴가에 대해 확답을 주어야 하는 시기가 되니 사측은 무급휴직을 마치 퇴사한 것처럼 취급.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니 출산전후휴가를 줄 수 없다고 함.
-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 출산전후휴가는 물론 육아휴직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됨.
- 노동청에서 사측과 대면, 센터에서 고용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알려주며 설득하였고, 결국은 합의에 이름.
- 내담자는 유산의 위험과 해고의 위협으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함.

매년 발행하고 있는 핸드북/사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상담 사례_ 육아휴직을 담보로 한 사직서 제출 강요
- 출산전후휴가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하자, 휴직은 부여하되 휴직종료 시점을 기한으로 하는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음.
- 어린 자녀 양육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사직서를 제출함. 사직서 내용에는 퇴사 이후 퇴사의 부당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됨.
- 육아휴직 종료 시점 둘째 자녀 출생일이 다가와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하려고 하자 퇴사합의를 이유로 출산전후휴가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함.
- 결국 출산전후휴가는 사용하였지만, 출산전후휴가 기간 동안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지급 하지 않고, 출산전후휴가 종료 이후 퇴사 처리 함.

# 상담 사례_ 대학 교직원 육아휴직 중 일방적 계약 종료
- 대학교 전문 연구직으로 채용된 내담자가 출산전후휴가 후 육아휴직 중에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됨.
- 연구직 특성상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연구원 대부분이 계약기간이 연장되는 상황에서 내담자를 비롯해 임신 전후에 있는 연구직만을 대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함.
- 노동 관련 연구직에 있던 내담자가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함.

# 상담 사례_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껌 떼는 일을 시킴
-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자 임금을 삭감하고 업무와 무관한 ‘껌 떼기’를 시킴.
- 유산 위험 진단으로 출산전후휴가 분할 신청을 하자, 무급휴직을 요구함. 무급휴직 중
- 출산전후휴가 종료를 기점으로 퇴사하려고 하자 출산전후휴가 중 지급한 임금 차액을 반환해야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림.


이 외에도 참으로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대기업이자 아이들이 먹는 ‘분유’ 생산을 주업으로 하는 남양유업의 사례가 그저 별종의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하고 싶은 여성노동자가, 모·부성권을 지키면서 일하고 싶은 엄마, 아빠가 눈치 보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사회는 정말 요원한 것일까요?

아무리 어려워도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더 이상 상담할 일이 없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철 상봉역 배너/사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김미정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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