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대기업의 전직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되면서 재취업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동안 진로설계나 취업알선, 재취업·창업 교육 등과 같은 전직지원서비스는 소수의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은 1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근로자가 회사를 이직할 때 반드시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제도 시행 첫해인 올해 전직지원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직 예정 근로자는 5만 명(정부 측 추산)이다. 잠재적인 서비스 대상인 50세 이상 전체 근로자로 범위를 확대하면 그 숫자는 44만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전직지원서비스 시장을 독립된 산업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향후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 규모에 비해 전직지원서비스 업체들의 규모와 교육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도 안착을 위해선 기업의 인식전환과 더불어 전직지원 전문 교육기관 육성과 전문 컨설턴트 양성과 같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잠재적 시장 규모만 4,400억원=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 대상 근로자는 약 5만 명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2018년 기준 1,000인 이상 사업장의 고용보험가입자 가운데 정년·명예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50세 이상 근로자를 추려낸 통계다. 여기엔 재직기간이 3년 이상인 기간제 근로자도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 전직지원서비스를 의무화할 경우 1인당 전직지원서비스 비용(인건비, 교육비 포함)이 2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의 유사 정부 전직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의 1인당 평균 단가는 52만 2,000원 수준이다. 서비스 기간은 6~12개월 정도로 상담 이후 직업능력향상, 취업알선까지 3단계 패키지로 구성된다. 5월부터 시행되는 전직지원서비스의 최소 기준을 ‘3개월 이내 월 2회이상 취업알선 및 상담’으로 가정할 때 취업성공패키지 비용의 40%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를 올해 서비스제공 대상 근로자 숫자(약 5만명)에 적용하면 제도 시행 첫해 시장 규모는 100억원이다. 고용보험자격을 상실하지 않았지만 잠재적 전직지원서비스 대상으로 볼 수 있는 50세 이상 근로자수(44만3,274명)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시장 규모는 4,430억원까지 확대된다. 서비스 의무화로 대기업들이 전직지원서비스 프로그램을 어떤 형태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 낮은 전직지원서비스 질 향상이 과제 = 전직지원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우려되는 점도 있다. 전직지원서비스가 도입된 역사가 짧다 보니 아직 업계 전반의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전직지원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때는 IMF 직후인 1999년이다. 글로벌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 리헥트해리슨디비엠(LHHDBM)이 1호 기업이다. 현재는 인지어스, 라이트매니지먼트, 인덱스루트, 스카우트, 제이엠커리어 등 총 6곳이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력을 갖춘 민간 전직지원서비스 교육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엔 전직지원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교육기관의 자격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운영 중인 구직자 대상 직업훈련 시장에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서비스 대상자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문 컨설턴트들의 역량도 업체별로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민간 전문교육기관 양성과 전문 컨설턴트 양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직지원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지원서비스는 크게 진로설계 및 상담, 재취업 알선, 취업 교육 등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대1 상담과 취업 알선 역할을 주로 하는 컨설턴트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전직지원서비스가 안착하기 위해선 전직지원에 특화된 컨설턴트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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